“나는 왜 당신의 슬픔이 이토록 기쁠까?”
누군가를 맹렬히 비난하는 심리에는 정의감과 은밀한 쾌감이 녹아 있다
뇌과학자가 말하는 인간 본성의 양면적 심리, 그리고 옥시토신과의 관계
언제나 자신만만한 모습으로 상사의 신뢰를 독차지하던 동료가 그답지 않은 큰 실수를 저지르고 호되게 질책당했다. 그의 커리어가 무너졌다. 낙심한 동료를 짐짓 위로하면서도 마음속은 들뜨는 듯 기쁜 듯, 정반대의 감정이 흐른다. 남의 고통에 이토록 기뻐하는 나, 왜 이런 감정을 느끼는 걸까?
당신의 불행 덕에 오늘도 나는 밥이 맛있다
누구나 한번쯤 이와 비슷한 감정을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승승장구하던 누군가에게 갑작스런 불행이 닥쳤을 때 느끼는 은밀한 쾌감, 때론 찜찜한 감정을 동반하곤 하는 불편한 기쁨이 바로 샤덴프로이데다. 나아가 겉과 속이 다른 유명 연예인의 추잡한 사생활이 폭로되거나 권위 있는 정치인이 저지른 거짓과 불의가 드러날 때, 우리가 느끼는 분노 혹은 통쾌함(고소함) 역시 샤덴프로이데와 이어지는 감정이다. 뇌과학자이자 인지과학자인 저자는 타인에 대한 시기와 분노, 통쾌함과 같은 감정을 우리가 시시때때로 느끼는 근본적인 원인에 뇌 물질 ‘옥시토신’이 깊이 관여한다고 말한다.
사랑과 행복의 호르몬이라 불리는 옥시토신의 또 다른 얼굴에 주목하다
사랑 호르몬, 행복 호르몬으로 익히 알려진 옥시토신의 또 다른 얼굴이 여러 연구를 통해 속속 밝혀지고 있다. 타인의 불행에 쾌감을 느끼는 샤덴프로이데 역시 옥시토신의 영향에 의한 것이다. 뇌과학과 진화론적 관점에서 인간의 본성과 행동을 심도 있게 연구해온 저자는 샤덴프로이데의 정체를 파헤치는 것을 시작으로, 구체적인 역사적 사건과 흥미로운 실험들을 소개하며 옥시토신을 비롯한 뇌 호르몬이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엄청난 영향력을 하나하나 조명한다.
사랑이 넘쳐흐를 때 인간은 배려 가득한 행동을 취하는 한편, 지독히 편협해진다
샤덴프로이데의 감정은 개인과 개인 간의 관계에 작용할 뿐만 아니라, 배제 과정이란 것을 통해 기존의 집단과 사회를 지킨다. 혼자만 이득을 보는 듯한 사람, 무리에서 두드러지게 튀는 사람, 이질적인 사람을 민감하게 찾아냄으로써 집단의 결속과 유지에 해를 끼칠 만한 사람을 색출하고 배제한다. ‘요즘 유난히 튀는 저 사람’이란 ‘기존 사회를 무너뜨리고 바꾸려는 사람’을 의미하며, 인간이라는 종은 이런 개체의 대두를 허용하지 않는 특성이 있다.
안으로는 한없는 사랑과 유대를 강조하며, 밖으로는 배타적이고 편협한 잣대를 내세워 싸움으로써 인류는 생존하고 번영했다. ‘우리(집단)’를 지키기 위해 ‘정의’라는 이름으로 타인(우리 외의 존재)에 대해 광포한 폭력까지도 불사하는 존재가 인간이며, 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옥시토신에서 비롯된 ‘친사회성’이라는 인간 본성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생존 전략으로서의 인간 본성, 그 이면에 편협함이 있다
생존과 진화의 과정을 거치며 현재에 이른 친사회성은 우리 사회를 지금과 같이 발전케 한 원동력이지만, 결코 적지 않은 상처와 아픔을 남기고 있다. 남을 끌어내리는 쾌감에서 비롯한 무차별적 비난과 공격, 사랑이라는 이름의 집착, 정의 수호를 명분으로 행해지는 잔혹한 폭력……. 이들을 단순히 생존 전략으로서의 인간 본성 혹은 뇌 호르몬에 의한 작용이라고 지나쳐 버리기에는 상흔이 너무 깊다.
크고 작은 집단 안에서 온종일 타인과 마주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삶이다. 다만 타인을 향해 시시때때로 솟구치는 수많은 감정에 무의식적으로 반응하기보다는, 그러한 감정이 내 안에 생겨나는 생리학적 원인을 이해하고, 그 이면에 도사린 편협함을 조금이나마 의식할 수 있다면 우리의 선택과 행동, 나아가 삶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지은이 : 나카노 노부코
1975년 도쿄 출생. 뇌과학자이자 의학박사, 인지과학자이다. 도쿄대학 공학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의학계연구과 뇌신경의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프랑스 국립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수년간 근무한 후, 고국으로 돌아와 뇌와 심리학에 관한 연구와 집필 활동에 전념했다. 뇌과학적 관점에서 인간과 사회의 관계를 더욱 깊이 있게 해석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히가시니혼 국제대학 특임 교수로 재직 중이며, 다양한 TV 프로그램의 뇌과학 해설자로도 출연하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옮긴이 : 노경아
한국외대 일본어과를 졸업하고 10년 가까이 직장생활을 하다 오랜 꿈이었던 번역가의 길로 들어섰다. 번역의 몰입감, 마감의 긴장감, 탈고의 후련함을 즐길 줄 아는 꼼꼼하고도 상냥한 일본어 번역가로 사는 것이 인생 목표이다. 현재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의 출판기획 및 일본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은 《시대를 매혹한 철학》, 《10년 젊어지는 수면법》, 《3D 사고》, 《도쿄의 서점》, 《오늘 하루》, 《자신감은 이 순간에 생긴다》 외 다수가 있다.
제1장 샤덴프로이데
: 당신의 불행이 나는 반갑다
샤덴프로이데란 무엇인가 / 017
행복 호르몬, 옥시토신 / 021
옥시토신의 작용 ① 평온과 치유 / 024
옥시토신의 작용 ② 사랑과 유대 / 027
사랑이 미움으로 변할 때 / 032
애정의 어두운 이면 / 035
사람은 애정을 먹고 자란다 / 037
여자의 뇌에서 어머니의 뇌로 / 040
어머니의 사랑이 무겁다 / 043
독이 되는 부모의 뇌 / 045
질투와 시기의 차이 / 049
선한 시기심과 악한 시기심 / 051
샤덴프로이데의 의미 / 053
어린아이는 아직 인간이 되지 않았다 / 056
친사회성의 폐해 / 059
치료제로서의 옥시토신 / 061
또 하나의 유대 호르몬, 아르기닌 바소프레신 / 063
사람들은 왜 불륜을 지탄하는가 / 066
사랑을 이용하는 사람들 / 069
당신의 불행 덕에 오늘도 밥이 맛있다 / 071
제2장 표적을 색출하는 사회
: 우리의 뇌는 누군가를 벌하고 싶어 한다
정의감에서 시작되는 사적 제재 / 077
뇌는 누군가를 단죄하고 싶어 한다 / 081
이타적 징벌과 샤덴프로이데 / 085
제재가 일어나기 쉬운 때 / 088
당신이 먼저 규칙을 어겼잖아 / 092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것, 집단의 특성 / 095
보복의 위험을 감수할 만큼의 쾌감 / 097
솔로몬 애쉬의 동조 압력 실험 / 099
사회적 배제의 원리 / 102
시기심의 역할은 ‘표적 색출’ / 105
뇌는 언제나 편안함을 추구한다 / 108
개인보다 집단을 우선하게 만드는 사회 / 113
재해 대국에서 살아남은 사람들 / 117
보이지 않는 감옥 / 119
파벌주의를 조장하는 친사회성 / 124
인정 욕구의 정체 / 127
억울함의 값, 최후통첩 게임 / 130
협조적인 사람일수록 불공정에 분노한다 / 133
협조적인 사람의 뇌에 공통된 점 / 135
세로토닌이 적은 일본인 / 138
제3장 집단을 지배하는 윤리
: ‘악’을 공격하는 나는 훌륭하다
집단의 윤리라는 것 / 143
밀그램 실험의 놀라운 결과 / 145
‘올바른 사람’일수록 잔혹한 행위에 저항감을 덜 느낀다 / 148
규칙에 순종하는 폐해 / 151
짐바르도의 스탠퍼드 감옥 실험 / 153
히틀러와 제3의 물결 운동 / 156
아름다운 것은 옳다? / 160
‘윤리적 올바름’이 이성을 마비시킨다 / 162
‘악’을 공격하는 나는 훌륭하다 / 164
조심스러운 현대 젊은이들 / 167
트위터의 함정 / 169
인정 욕구 중독 / 171
섹스보다 더한 쾌감 / 174
편협함의 무한 반복 / 177
정의가 범람하는 시대 / 179
제4장 사랑하기에 잔혹해지는 사람들
: 사랑과 정의는 어떻게 흉기가 되는가
집단 폭행에 숨은 심리 / 183
내집단 편견, 외집단 편견 / 186
살아남은 DNA / 188
인간은 원래 싸움을 좋아한다 / 190
정치 성향은 타고나는 것? / 192
새로운 민주주의를 모색할 시점 / 194
종교 전쟁이 일어나는 이유 / 196
종교적이지 않은 아이일수록 너그럽다 / 199
전쟁 지향적 뇌 / 201
현대의 병리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 204
사랑의 모순 / 206